헌법재판소 2025. 11. 27. 선고 2024헌바456 결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서○○
- 대리인
- 법무법인 대한중앙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박은진, 이규희, 황경의, 양다윤, 김정은
- 당해사건
- 대법원 2024도1397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 선고일
- 2025. 11. 27.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 10. 16. 법률 제15792호로 개정된 것) 제10조 제1항 중 ‘위력’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2. 3. 29.경 및 2022. 3. 30.경 청구인이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 사무실에서 업무상 청구인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로 기소되어 2024. 2. 7.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정1483).
나. 이에 청구인이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24. 8. 22. 청구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노473).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24. 11. 7. 기각되었다(당해 사건).
다. 청구인은 당해 사건 계속 중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4. 11. 7. 기각되자(대법원 2024초기985), 2024. 11.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위 조항 중에서도 ‘위력’으로 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부분을 문제삼고 있으므로 해당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 10. 16. 법률 제15792호로 개정된 것, 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 중 ‘위력’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8. 10. 16. 법률 제15792호로 개정된 것)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한 신체접촉 행위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법원은 피해자가 청구인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력’으로 추행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신체접촉 행위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행복추구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 중 ‘위력으로 추행’ 부분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또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23. 2. 23. 2019헌바305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며, 폭행이나 협박은 물론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헌재 2015. 2. 26. 2013헌바107 참조). 대법원도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ㆍ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고,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등 참조). 한편, ‘추행’이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행위태양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동되는 동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헌재 2016. 7. 28. 2012헌바258 참조). 이처럼 포섭되는 행위가 다양한데, 입법자가 이러한 모든 형태를 미리 예상한 다음,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나아가 만약 법문에 구체적으로 열거한다면 오히려 법문에 열거되지 않은 추행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헌재 2023. 10. 26. 2017헌가16등 참조). 결국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한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고,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에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으로서, 사회적으로 보호, 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어 자기방어가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합하다.
(2) 침해의 최소성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가해자의 보호, 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는 피해자는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와 사회생활에서의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가해자로부터 추행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저항은 물론 외부에의 신고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직 내 상하관계 등을 기화로 위력에 의해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경우 해당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조직적으로 은폐 내지 축소되는 경우가 있다. 위력을 수단으로 하는 성범죄에서 피해자는 거부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못하고 추행을 수인하거나 이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추행을 하는 가해자는 마치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행위는 죄질이 불량하고 그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형의 하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법관이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행위태양이나 불법의 정도 등에 비추어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보호, 감독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모든 신체접촉이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문언상 위력 행사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의 ‘위력’으로 추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력’으로 추행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받을 우려가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아니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업무, 고용 등의 관계에서 보호,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심판대상조항의 공익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의 불이익보다 중대하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