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2헌마519 결정 [여권법 제17조 등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이○○
- 국선대리인
- 변호사 최수진
- 선고일
- 2024. 8. 29.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가입하려는 목적으로 출국하여 2022. 3. 12.경 우크라이나에 입국하였다가 2022. 3. 19. 대한민국에 귀국하였다.
나. 외교부장관은 2022. 4. 18. 청구인에게,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4호 가목 및 제19조 제1항에 의거, 통지서 도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여권을 반납하고, 반납하지 않을 경우 여권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상실된다’는 내용의 여권반납명령을 하고,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4호 가목에 따라 2022. 4. 15.부터 여권정책심의위원회의 해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 신청 시 거부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청구인은 여권을 반납하였다.
다. 청구인은 여권을 반납하게 하고 신규 여권 발급을 거부하는 것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2. 4.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인인 청구인이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나 주장 등 심판수행은 변호사인 대리인이 추인한 경우만이 적법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심판수행으로서의 효력이 있고 헌법소원심판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변호사인 대리인이 제출한 심판청구서에 청구인이 한 심판청구와 주장을 묵시적으로라도 추인하고 있다고 볼 내용이 없다면, 대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청구인의 그 전의 심판청구내용은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헌재 2024. 5. 30. 2021헌바6등 참조). 청구인은 당초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여권법 제12조 외에 여권의 사용제한에 대하여 규정한 같은 법 제17조 및 그 처벌조항인 같은 법 제26조 제3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았으나, 청구인의 국선대리인은 이를 추인한 바 없고, 오히려 2022. 6. 3.자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및 2024. 4. 26.자 준비서면에서 심판대상이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4호 가목 및 제19조 제1항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국선대리인이 제출한 서면에 따라 심판대상을 확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여권법(2021. 1. 5. 법률 제17820호로 개정되고, 2023. 8. 8. 법률 제19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여권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4호 가목(이하 ‘여권발급 거부조항’이라 한다) 및 제19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이하 ‘여권반납명령조항’이라 하고, 여권발급 거부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여권법(2021. 1. 5. 법률 제17820호로 개정되고, 2023. 8. 8. 법률 제19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제한)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4.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나 통일·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출국할 경우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 제19조(여권 등의 반납 등)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서 여권이나 여행증명서(이하 "여권 등"이라 한다)를 반납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여권 등의 명의인에게 반납에 필요한 적정한 기간을 정하여 여권 등의 반납을 명할 수 있다.
1. 여권 등의 명의인이 그 여권 등을 발급받은 후에 제12조 제1항 각 호 또는 같은 조 제3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임이 밝혀진 경우
2. 여권 등의 명의인이 그 여권 등을 발급받은 후에 제12조 제1항 각 호나 같은 조 제3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청구인은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여권반납명령을 받아 여권을 반납하고 신규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 거부 대상자로 결정되어 출국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 인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및 인격형성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된다. 청구인에 대하여 내려진 여권반납명령 및 여권발급·재발급 거부 대상 결정으로 청구인의 해외 취업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로써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여권발급 거부조항 중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나 통일·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일으킬 우려’ 부분은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또한 여권발급 거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 여권발급 거부조항이 위헌인 이상 이를 요건사실로 하는 여권반납명령조항도 위헌성을 면치 못한다.
4. 판단
가.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말하므로, 당해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 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접성이 없다(헌재 2016. 5. 26. 2014헌마374). 다만, 법령이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경우와 당해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기본권 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당해 법령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20. 2. 27. 2016헌마945).
나. 심판대상조항은 그 집행행위로서 외교부장관의 여권발급 거부처분 및 여권반납명령이라는 행정처분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의 법률효과는 외교부장관의 여권발급 거부처분 및 여권반납명령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의하여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다. 다만, 직접성의 예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우선 여권발급 거부조항은 "외교부장관은…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권반납명령조항 역시 "외교부장관은··· 여권 등의 반납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문언 자체로 외교부장관의 재량이 인정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여권발급을 거부하거나 여권반납을 명하는 구체적인 요건으로써 ‘안전보장’, ‘질서유지’, ‘중대한 침해를 일으킬 우려’,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 등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그 해석 및 재량적 판단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여권법 제12조 제2항은 "외교부장관은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여부를 판단하려고 할 때 미리 법무부장관과 협의하고 제18조에 따른 여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여권발급을 거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외교부장관의 재량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여권반납명령조항 역시 여권발급 거부조항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 요건으로서 ‘반납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반납을 명한다고 규정하여 재차 재량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특정인에 대하여 여권발급을 거부할 것인지 및 여권의 반납을 명할 것인지에 대하여 외교부장관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외교부장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위 조항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청구인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여권발급 거부처분 및 여권반납명령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으므로,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결여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