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바486 결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변호사 이승엽 외 1인
- 당해사건
- 서울고등법원 2019노2358 업무상횡령등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이라 한다)의 조합장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2호, 제3조 제2호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이다. 청구인은 2014. 1.경부터 2017. 2.경까지 사이에 ○○농협에서 발주하는 인테리어 공사를 계속 수주하게 해주는 대가로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 유○○로부터 4회에 걸쳐 합계 36,510,226원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 등을 무상으로 시공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뇌물수수) 등으로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9. 9. 27.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90,000,000원을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고합234). 청구인과 검사는 위 판결에 각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9노2358),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20. 8. 19.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20초기113), 2020. 9. 18.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4조(뇌물죄 적용대상의 확대)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 또는 단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2.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업무의 공공성(公共性)이 현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거나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 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任免)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 또는 단체 [관련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4조(뇌물죄 적용대상의 확대) ② 제1항의 간부직원의 범위는 제1항의 기관 또는 단체의 설립목적, 자산, 직원의 규모 및 해당 직원의 구체적인 업무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1. 12. 13. 대통령령 제23363호로 개정된 것) 제2조(기관 또는 단체의 범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에 따른 기관 또는 단체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42.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및 그 회원조합
제3조(간부직원의 범위) 법 제4조 제2항에 따른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다른 법령에 따라 공무원 또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지는 경우에는 그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지 아니한다.
2. 한국방송공사, 지역농업협동조합, 지역축산업협동조합, 품목별ㆍ업종별협동조합 및 품목조합연합회(「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것을 말한다), 지구별수산업협동조합, 업종별수산업협동조합, 수산물가공수산업협동조합, 지역산림조합 및 품목별ㆍ업종별산림조합의 임원
3. 청구인의 주장
뇌물죄와 같은 신분범에 있어서 그 주체가 구성요건의 중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이를 직접 법률에서 정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 또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조합의 간부직원은 ‘공무원’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범죄가중법 시행령 제2조에 나열된 다른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과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려움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조합의 간부직원을 ‘공무원’ 및 ‘특정범죄가중법 시행령 제2조에 나열된 다른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어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의 적용에 있어 일정한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고, 그러한 ‘기관 또는 단체’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바, 그러한 위임이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펴본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이 주장하는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일부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에 관한 것으로서 법률의 명확성원칙이 위임입법에 관하여 구체화된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의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로써 충족된다 할 것인바(헌재 2022. 9. 29. 2018헌바356 참조), 명확성원칙 위반 주장은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또한 청구인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조합의 간부직원은 ‘공무원’과 상이하고, ‘특정범죄가중법 시행령 제2조에 나열된 다른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형법 제129조 등의 적용에 있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조합의 간부직원을 ‘특정범죄가중법 시행령 제2조에 나열된 다른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과 함께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조합의 간부직원이 형법 제129조 등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아닌 심판대상조항의 위임을 받은 특정범죄가중법 시행령 제2조 제42호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위 시행령 규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설사 그 주장대로 위 시행령 규정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수권법률인 심판대상조항이 당연히 위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헌재 2021. 8. 31. 2019헌바73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나.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자유주의, 권력분립, 법치주의 및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처벌법규를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이를 위임하는 것이 허용된다.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도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가 적용된다.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형벌법규가 구성요건의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위임에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것이 요구되며, 이러한 경우에도 법률에서 처벌대상 행위가 어떠한 것일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구성요건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23. 6. 29. 2020헌바109; 헌재 2023. 10. 26. 2019헌바385).
(2) 위임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국민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 업무의 공공성 등이 인정되는 기관 또는 단체를 규율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기관 또는 단체는 그 업무의 속성상 일반 사기업에 비해서 독점적 내지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사업과 관련한 각종 청탁과 특혜시비가 생길 소지가 크다. 이는 부정비리 내지 부실경영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사업목적의 실현에 장애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을 좀먹게 되며,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2. 11. 28. 2000헌바75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에게 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높은 윤리성과 청렴성을 요구하여, 위 기관 또는 단체의 사업과 관련한 각종 특혜 및 비리, 부정의 소지를 없앰으로써 그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관 또는 단체를 정함에 있어서는 기관 또는 단체의 설립목적, 의사결정 구조, 운영재원의 조달방식, 전체적인 자산의 구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사정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인 요소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정이 직접 달라지지는 아니하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관 또는 단체의 업무가 국민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러한 사정의 변동이 적시에 반영되지 아니하여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경제에 귀속되게 된다. 그러므로 대상 기관 또는 단체의 범위를 미리 경직성이 강한 법률로써 일일이 정하기보다는, 가변적인 상황 등에 맞춰 탄력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심판대상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간부직원을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의제하도록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은,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업무의 공공성(公共性)이 현저할 것’,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다. 먼저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기관 또는 단체의 업무가 국민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업무의 공공성(公共性)이 현저하다’는 것은 그 기관 또는 단체가 수행하는 업무의 성질 그 자체가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 분명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해당 기관 또는 단체가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뿐만 아니라, 그 업무가 국민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까지도 함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정부의 금융정책을 직접 입안하거나 이를 집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 공공재(公共財)로 분류되는 시설을 관리하는 기관 또는 단체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요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심판대상조항은 이 요건에서의 지배력 행사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고, 그 지배력 행사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일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위 요건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거나 주주권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 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그 문언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기관 또는 단체의 요건에 관하여 상세히 정하고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의 인적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취지의 규정이고, 뇌물죄의 보호법익이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도7138 판결 참조), 직무수행의 공정성 등이 상당히 요구되는 기관 또는 단체가 대통령령에 규정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의 유기적ㆍ체계적 해석과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