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6. 24. 선고 2019헌마945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법무법인 참본 담당변호사 이한주, 김동규
- 피청구인
-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검사
피청구인이 2019. 5. 24.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2018년 형제41, 23761, 24834, 3326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5. 24. 청구인에 대하여 배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2018년 형제41, 23761, 24834, 3326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천안시 서북구(지번생략) 대 296㎡(이하 ‘이 사건 대지’라고 한다)의 소유자이고, 박○○은 이 사건 대지 포함 천안시 서북구(지번생략) 일원 98,176㎡(이하 ‘이 사건 ○○ 사업부지’라고 한다)를 대상으로 도시개발과 도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2015. 7. 7. 설립된 ○○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의 조합장이자, ○○ 사업부지 내에 52,009㎡의 일부 토지를 공동주택사업부지로 확보하여 아파트를 건설하기로 한 ○○개발 주식회사(이하 ‘○○개발’이라고 한다)의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청구인은 박○○과 공모하여, 2017. 7. 12.경 천안시 서북구 ○○동에 있는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이 사건 대지를 ○○개발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토지대금 6억 5,000만 원 중 3억 5,000만 원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합에서 지장물건 등의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손실보상계약을 체결하여 ○○개발로 하여금 3억 원만 지급한 채 이 사건 대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여 차액(3억 5,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이 사건 조합으로 하여금 이 사건 대지 위에 있는 지상물에 대한 감정평가액인 102,669,500원을 넘는 3억 5,000만 원 상당의 손실보상금 지급채무를 부담하게 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23.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대지와 그 지상건물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도하려 하다가 박○○ 등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손실보상협의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토지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은 피해자이다. 청구인은 손실보상협의계약 체결행위가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임무 위배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이에 관하여 박○○과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조합에 손해를 가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박○○은 2008. 4. 17. 부동산 개발, 관리, 임대, 매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개발의 실질적 운영자이자, 2015. 7. 7. 설립 인가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이다.
(2) 2017. 7. 12. 청구인은 ○○개발에 이 사건 대지 및 그 지상건물을 매매대금 3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동시에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대지의 지장물에 대한 손실보상금 3억 5천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보상협의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이 사건 대지 위의 지장물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102,669,500원이다.
(3) 박○○은 수사기관에서 "애초 토지소유주들과 협의한 매매대금의 합계는 598억 원 상당이었으나, 시공사에서 내부적으로 수주 심의한 토지비 상한 수준이 470억 원이었다. 이에 시공사 직원의 지시에 따라 428억 원 상당의 토지매매계약서와 170억 원 상당의 손실보상계약서를 분리 작성하였다. 매매거래가액 감액을 통하여 양도소득세를 절감하는 등의 이점을 들면서 토지소유자들을 설득한 것도 모두 시공사 직원이 알려준 대로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당초 박○○과 이 사건 대지에 대하여 6억 5,000만 원에 매매하기로 합의하였는데, 2017. 7. 12.경 계약서 작성을 위하여 조합사무실을 방문하자, 박○○이 안쪽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 자리에서 시공사 관계자와 법무사사무실 사무장으로부터 매매대금 3억 원에 대해서는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3억 5,000만 원에 대하여는 나가서 따로 작성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하나로 작성을 해야지 분리하면 돈이 제대로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사무장이 어차피 돈은 나올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박○○이 들어와 계약서를 두 개로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손실보상협의계약서에 보상금은 토지대금 지급 시 일시에 지급한다는 특약사항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당시 6억 5,000만 원은 모두 시공사의 보증 하에 사업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현장에 있던 시공사 관계자도 손실보상금 3억 5,000만 원을 대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박○○은「2017. 6.경부터 2017. 10.경까지 청구인을 비롯한 37명의 토지소유자들과 애초 협의한 매매대금 중 일부를 이 사건 조합에서 책임을 지는 ‘지장물보상계약’, ‘손실보상협의계약’ 또는 ‘영농손실보상금 수령에 관한 합의’ 형태로 전환하여 보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개발에 합계 17,156,102,401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이 사건 조합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자 하였으나, 토지소유자들이 위와 같은 임무위배 사실을 알고 있음으로 인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의 업무상배임미수죄 등으로 2021. 1. 29. 대전고등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대전고등법원 2020노65), 2021. 4. 29. 상고기각으로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도2724).
나. 사안의 쟁점
청구인은 손실보상협의계약 체결행위가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임무 위배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이에 관하여 박○○과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조합에 손해를 가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므로, 결국 청구인에게 이 사건 조합에 대한 배임의사 및 박○○의 배임행위에 대한 공모를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다. 판단
(1) 앞서 살핀 것과 같이, 박○○은 청구인을 비롯한 다수의 토지소유자들과 애초 협의한 매매대금 중 일부를 이 사건 조합에서 책임을 지는 ‘손실보상협의계약’ 등을 체결한 바 있고, 이는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2)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배임죄에 있어서 거래상대방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자와는 별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편에서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한다. 거래상대방이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그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서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그 실행행위자와의 계약이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되는 경우 배임죄의 교사범 또는 공동정범이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관여의 정도가 거기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여 법질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때 사회적 상당성을 갖춘 경우에 있어서는 비록 정범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고 거래에 임하였다는 사정이 있어 외견상 방조행위로 평가될 수 있었다 할지라도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위법성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4915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7624 판결 참조). 이 사건 조합 정관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은 도시개발법 제14조의 규정에 따라 사업지구 내 토지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이고(제7조 제1항), 조합의 운영 및 본 사업 시행에 필요한 비용의 부담, 부담금, 청산금, 지연손실금 등의 비용 납부 의무를 부담한다(제8조 제2항). 이에 따라 청구인은 비록 이 사건 조합의 운영 및 각종 비용 부담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원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소유자로서, 토지매매대금을 정당한 가격으로 책정하여 정상적으로 지급받고자 하는 별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하는 조합장 박○○의 거래행위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도 가진다. 그런데 박○○은 ○○개발의 실질적인 운영자이자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백석지구 사업부지 내 토지소유자들과의 매매계약 체결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다. 청구인은 계약서를 분리하여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박○○의 요구를 받고 대출금 등을 통하여 토지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게 될 것으로 알고 이에 응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박○○의 거래상대방으로서 매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기 위하여 박○○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할 뿐 청구인이 박○○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배임행위를 교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시공사에서 제시한 토지비 상한 수준이 박○○이 애초 토지소유자들과 협의한 매매대금 합계를 크게 하회하게 되자, 박○○은 ○○개발의 실질적인 운영자의 입장에서 토지소유자와 사이에 계약서를 분리하여 작성하는 것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박○○을 비롯한 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만으로는 분리계약서 작성 경위 및 분리계약서 작성에 따른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관련자들 간의 구체적인 법률관계 등에 대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토지소유자들에게 어느 정도 설명이나 안내 또는 공지 등이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아니하다. 더욱이 청구인은 사업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았으며, 박○○은 ○○개발의 분양수익금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의하면 청구인이 계약서 작 성 과정에서 분리계약서 작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는 박○○의 배임행위 전 과정을 적극 인식하고 관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을 비롯한 토지소유자들이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과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분리계약서 작성 경위 및 분리계약서 작성에 따른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관련자들 간의 구체적인 법률관계 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식하였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여 청구인이 박○○의 요구에 따라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 이외에 ○○개발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이 사건 조합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박○○의 행위에 적극 가담하고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인용 조문
- 도시개발법 제1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