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3. 26. 선고 2018헌마589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심○○
- 대리인
- 법무법인 천명 담당변호사 박원경
- 피청구인
-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1. 피청구인이 2018. 4. 24. 의정부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194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4. 24. 피청구인으로부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의정부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194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차량번호 생략) 카니발 리무진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자동차의 보유자는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자동차를 도로에서 운행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2018. 3. 30. 14:16경 포천시 (주소 생략) 도로상에서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위 카니발 승용차를 운전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 6. 7.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그 후 청구인은 2018. 8. 7.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소와 더불어 그 근거법률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6조 제2항 제2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및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5. 1. 6. 법률 제12987호로 개정된 것) 제46조 제2항 제2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5. 1. 6. 법률 제12987호로 개정된 것) 제46조(벌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제8조 본문을 위반하여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자동차를 운행한 자동차보유자 [관련조항]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08. 3. 28. 법률 제90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8조(운행의 금지)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자동차는 도로에서 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5조 제4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는 운행할 수 있다.
3.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한편,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추가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3. 9. 26. 2011헌마398 참조).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2018. 4. 5. ○○경찰서에서 피의자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수사관이 청구인에게 “…자동차의 보유자는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자동차를 도로에서 운행하여서는 아니되며 이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요”라고 물었고, 이에 청구인이 “오늘 설명해주어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늦어도 2018. 4. 5.에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형사 처벌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청구인은 2018. 8. 7.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확인을 청구취지에 추가하였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인 2018. 4. 5.로부터 90일이 지난 후인 2018. 8. 7. 제기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8. 3. 30. 수원에 있는 청구인의 집에서 직장으로 출근하면서 (차량번호 생략) 카니발 리무진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였고, 14:16경 포천시 (주소 생략) 도로상에서 의무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경찰에게 적발되었다(이하 ‘이 사건 단속’이라 한다).
(2) 이 사건 차량은 청구인의 배우자인 청구외 김○○(이하 ‘김○○’라 한다)의 소유이고, 2017. 3. 17. 의무보험에 가입되었으나 그 보험계약기간이 2018. 3. 17.로 만료되었다.
(3)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단속일인 2018. 3. 30. 의무보험에 가입되었다.
나.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가 아니고, 필요시에만 가끔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였을 뿐이어서, 이 사건 단속 당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은 의무보험 미가입 자동차 운행의 고의가 없다.
다. 청구인에게 의무보험 미가입 자동차 운행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1)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위와 같은 법리에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차량이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아니한 상태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의 최근(2018. 1. 1.~2018. 4. 5.) ○○경찰서 관내 통행내역 조회 결과 5회 운행내역이 확인되며, 그 중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4회는 모두 운전자가 여성이어서 청구인이 운전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청구인이 수시로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차량의 통행사실을 촬영한 사진만으로는 운전석에 있는 자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워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한 자가 청구인인지 그 동일성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차량의 관내 통행내역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을 평소 자주 사용하여 온 것이라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
(나) 피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최근 2년간 의무보험의 계약기간이 2016. 3. 17.~2017. 3. 17. 및 2017. 3. 17.~2018. 3. 17. 이고 가입회사는 모두 ○○화재인바, 이 사건 차량이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회사의 의무보험에 가입되어왔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 및 최근 2년간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의 계약자는 청구인이 아닌 김○○인 점, 의무보험의 가입과 보험료 납부 등의 업무는 자동차를 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자가 처리함이 보통이라 할 것인데 청구인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2년 동안 같은 시기 같은 회사 의무보험에 가입되었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이 사건 단속 당시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의무보험 만료 3개월 전 이메일로 보험연장 요청 통지를 받았다’라는 취지의 말을 김○○로부터 들었다는 사실을 기초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기록의 기재에 의하면 청구인이 위 사실을 김○○로부터 전해 들은 시점이 이 사건 단속 이전인지, 이후인지 불분명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단속 당시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김○○가 공유하는 (차량번호 생략) 카니발Ⅱ 자동차(이하 ‘카니발Ⅱ 자동차’라 한다)에 대한 의무보험 가입이 이 사건 단속 당일인 2018. 3. 30. 이루어진 사실이 있는바,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한 의무보험을 가입하면서 자동차보험 계약기간이 통상적으로 1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이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할 당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하여 2018. 3. 30. ○○화재 의무보험에 가입된 사실이 인정되나, 위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계약자는 청구인이 아닌 김○○이고, 가입된 날짜가 2018. 3. 30.임이 확인될 뿐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한 의무보험 가입사실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미가입 자동차 운행의 고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예컨대 2018. 3. 30.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해서만 보험가입을 하고 이 사건 차량에 대해서 보험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된 것인지, 아니면 두 차량에 대해 모두 의무보험 미가입 상태였다가 적발 후 두 차량 모두에 대해 나중에 가입을 한 것인지 등), 이 사건 단속 당일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하여 의무보험이 가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의무보험 만료 사실도 인식하였을 것이라 추단하기 어렵다.
(3) 오히려,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의 범의를 쉽사리 인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은 그 계약기간이 1년이므로, 만약 보험계약기간이 만료되고도 상당기간이 경과하도록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무렵부터는 의무보험 미가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청구인은 기존 보험 만료일(2018. 3. 18.)로부터 불과 13여일 정도가 지난 2018. 3. 30. 적발되었다.
(나)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최종 의무보험 미가입 운행일인 2018. 3. 30. 이전까지는 의무보험 미가입 사실로 처벌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이 사건 차량에 대한 보험계약기간이 만료된 2018. 3. 18.부터 2018. 3. 30.까지 신호위반 등 어떠한 내용으로도 단속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청구인이 교통단속 등을 계기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의무보험 미가입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의무보험 미가입으로 단속된 당일 곧바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하여 의무보험이 가입되었다는 점은 청구인이 의무보험 가입을 피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4) 소결
위의 법리와 이 사건 수사기록으로 인정되는 위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자동차보유자로서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라. 수사미진의 점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과 김○○ 중 평소 누가 주로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거나 관리하고, 보험가입 및 보험료 납부 등의 업무를 처리해왔는지 등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고, 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김○○에게 의무보험 가입 여부에 대하여 확인한 바 있는지 혹은 김○○가 청구인에게 의무보험 만료 사실을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 이 사건 차량이 과거 몇 년간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몇 차례 보험이 갱신되었는지 및 그동안 무보험 상태인 적이 있었는지, 카니발Ⅱ 자동차에 대한 의무보험 가입 시각이 이 사건 단속 시점(14:16) 이전인지 이후인지, 청구인의 주거와 직업, 경제적 상황 등에 비추어볼 때 청구인이 의무보험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알면서도 굳이 새로운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의무보험 미가입 자동차 운행의 고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자세한 조사 없이 곧바로 청구인에게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 론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