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마529 결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8조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강○산국선대리인 변호사 최진녕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11. 3. 25.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6499) 위 판결이 2011. 7. 28. 확정되어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사람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2011헌바151)을 청구하여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 강용현이 2011. 8. 24. 청구인을 접견하기 위해 접견신청을 하였다. 서울구치소는 청구인에게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변호사를 접견하도록 하였으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8조가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해서만 위 법률 제84조를 준용하여 그 비밀이 보장되는 접견을 허용하고 있고, 청구인은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접견을 신청한 것이 아니어서 위 법률 제84조에 의한 접견의 비밀보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교도관을 참여시켜 접견내용을 청취, 기록하게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8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11. 9.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해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84조, 제85조를 준용하고 있는 법 제88조를 심판대상으로 삼았다. 청구인의 주장취지는, 청구인과 같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수형자가 헌법소원 사건에서 선임된 변호사와 접견을 하는 경우에도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교도관의 입회나 접견내용에 대한 청취, 기록, 녹음, 녹화 없는 자유로운 접견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위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은 그와 같은 접견을 하지 못하여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구인의 변호사 강용현과의 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의 접견에 대해서는 법 제84조 및 제85조 어디에도 규정된 바가 없고, 다만 법 제84조 제1항에서 교도관의 입회나 청취 또는 녹취 없는 접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결국 법 제88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조항 중 청구인과 관련 있는 조항은 법 제84조 제1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 제88조 중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하여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는 부분(아래 밑줄 친 부분으로 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8. 12. 11. 법률 제9136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준용규정)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는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한다.
[관련 조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28호로 개정된 것) 제41조(접견) ② 소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교도관으로 하여금 수용자의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 또는 녹화하게 할 수 있다.
1.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
2.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필요한 때
3.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
③ 제2항에 따라 녹음·녹화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수용자 및 그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④ 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84조(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① 제41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수형자가 헌법소원 사건의 변호사와 접견하는 경우를 법 제84조 제1항의 준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이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는 결과적으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수형자의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형사사건이 개시된 수형자와 그렇지 아니한 수형자를, 미결수용자와 수형자를 각 차별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청구인은, 수형자가 헌법소원 사건의 변호사와 접견하는 경우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의 경우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에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 관한 특칙 규정을 준용하지 아니함으로써,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이 녹음, 녹화되어 재판청구권 등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주장은 요컨대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형태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라고 할 것인바, 이 경우에도 해당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므로 법령소원에서 요구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조항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하는 경우이어야 한다(헌재 2010. 7. 29. 2009헌마51, 판례집 22-2상, 443, 450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하여는 법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헌법소원사건이나 민사사건 등에 있어서 수형자의 변호사와의 접견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의하여 청구인의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에서 준용하고 있는 법 제84조 제1항은 "제41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 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심판대상조항에서 헌법소원사건 등으로 변호사를 접견하고자 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법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제41조 제2항에 근거하여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에 대한 청취, 녹취라는 교도소장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즉,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의 효과는 교도소장의 접견내용에 대한 청취, 녹취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지 심판대상조항 자체로부터 직접 기인한 것이 아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창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창종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심판청구는 직접성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나아가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다수의견도 밝힌 것처럼,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대상조항에서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게만 변호인과 접견 시 법 제84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청구인과 같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수형자가 그의 변호사와 접견 시에는 법 제84조를 준용하는 특칙을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변호사와의 접견교통권 내지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으로,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형태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데, 이 경우에도 해당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소원에서 요구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헌재 2010. 7. 29. 2009헌마51, 판례집 22-2상, 443, 450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조항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하는 경우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사건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하여는 법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헌법소원사건이나 민사사건 등에 있어서 수형자의 변호사와의 접견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의하여 청구인의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하지는 않고, 법 제41조 제2항에 근거하여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에 대한 청취, 녹취라는 교도소장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의 주장요지는, 심판대상조항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수형자에게도 법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였다면 청구인이 그의 변호사와 접견할 때 그 접견내용을 청취, 녹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금지될 터인데,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에서 청구인과 같이 헌법소원 등을 제기한 수형자가 변호사를 접견하는 경우에는 제84조 제1항을 준용하는 특칙을 두지 않은 불완전 또는 불공정한 입법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은 절대적으로 접견내용의 청취, 녹취를 금지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본권침해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접견내용의 청취, 녹취라는 교도소장의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있기 이전에 이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기본권 제한이나 법적 지위의 변동이 생겼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청구인이 절대적인 청취, 녹취 금지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더라도, 교도소 측에서 청구인과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을 반드시 청취, 녹취하는 것은 아니고, 교도소장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형사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등 법 제41조 제2항 각호에 정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 비로소 그 접견내용을 청취, 녹취하게 되지만, 이와 같이 교도소장의 재량판단에 따라 그 접견내용이 언제든지 청취, 녹취당할 수 있다는 것과 법 제84조 제1항의 준용에 따라 어떠한 경우에도 그 접견내용을 절대적으로 청취, 녹취당하지 않는다는 것과는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커다란 차이가 있게 된다. 따라서 접견내용의 청취, 녹취라는 교도소장의 구체적 집행행위 유무와 관계없이 심판대상조항만으로 이미 청구인의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을 절대적으로 청취, 녹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청구인의 변호사접견과 관련한 법적 지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고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각하하여서는 아니 되고, 직접성 뿐 아니라 청구기간 준수 등 다른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본안에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013.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