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0. 8. 18. 선고 2019구합82844 판결 [여권 영문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서울행정법원
- 제2부
- 판결
- 원고
- A
- 피고
- 외교부장관
- 변론종결
- 2020. 7. 14.
- 판결선고
- 2020. 8. 18.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 12. 4. 원고에 대하여 한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5.경부터 현재까지 로마자 이름 중 일부가 ‘WEON’으로 한 여권을 발급받았다.
나. 원고는 2018. 11. 29. 피고 외교부장관에게 기존 여권의 유효기간 만료를 이유로 여권발급 신청을 하면서, 기존 ‘WEON’을 ‘WON’으로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하였다.
다. 피고는 2018. 12. 4. 원고에게 ‘원(WEON)의 표기는 다수 사용으로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에 따른 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반려하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018. 12. 12. 원고의 로마자성명을 기존 여권과 동일하게 표기한 여권을 발급하였다.
라. 원고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19. 7. 9. 기각되었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해외 무역업을 준비 중이고 두 아들이 ○○에 거주하여 해외 출국이 빈번한 자로서, 여권과 신용카드에 기재된 영문성명(WON)이 달라 해외 사용을 거부당하거나 여권 기재 영문성명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불편을 겪었고, 한글성명의 ‘원’을 ‘WEON’으로 표기하는 경우는 포털사이트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음에도, 피고가 한글성명 중 ‘원’을 가진 국민의 2.4%가 ‘WEON’으로 표기한다는 이유로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하여 원고의 해외여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
또한 원고의 기존 여권에 사용하던 ‘WEON’은 포털사이트 로마자 표기법에 등록되어 있지 않고 표준발음이 아니며 발음이 부정확하여 사용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므로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5호의 ‘명백히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에 해당하고, 원고의 가족이 모두 ○○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의 이 사건 신청은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9호의 ‘인도적인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평등의 원칙 위반 및 해외여행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여권법 제7조 제1항 제2호는 여권에 수록하는 정보 중 하나로 ‘여권의 명의인의 성명’을 정하고 있고, 여권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전문은 ‘여권에 수록하는 정보는 여권의 신원정보면에 인쇄하고 여권에 전자적으로 수록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은,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여권을 재발급받거나 여권의 효력상실로 여권을 다시 발급받으려는 사람의 신청에 따라 여권의 수록 정보 중 로마자성명을 정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로마자성명의 정정이나 변경을 범죄 등에 이용할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로마자성명의 정정이나 변경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여권의 로마자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다만, 여권의 로마자성명 표기에 대한 통계 상 해당 한글성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외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로마자성명을 여권의 로마자성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하는 등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사유를 각 호에 정한 사유로 제한하고 있다.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에 위와 같이 일정한 제한을 두는 이유는, 우리나라 여권 상에 표기된 로마자성명은 생년월일과 더불어 외국 정부가 우리나라 여권을 발급받은 사람에 대해 출입국 심사 및 체류자 관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에 해당하므로 그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게 되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고 체류상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갖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어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사증 발급 및 출입국 심사 등이 까다로워지게 되는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출입에 상당한 제한과 불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고, ‘외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로마자성명을 여권의 로마자성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로마자성명 변경사유에서 제외하는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 단서 규정의 입법 취지 또한 단순한 발음 불일치를 모두 변경사유로 규정할 경우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의 대상이 과도하게 많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법의 적용이나 입법에 있어서 불합리한 조건에 의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 한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여권 통계 상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로마자 성명의 정정 또는 변경이 되지 않는 기준에 관한 고시(외교부고시 제2018-1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한편 이 사건 고시 [별표]의 여권의 로마자성명 정정 또는 변경이 제한되는 표기 목록에는 한글성명 ‘원’의 로마자 표기에 해당하는 ‘WON’(764,900명, 96.75%)과 ‘WEON’(18,939명, 2.40%)이 포함되어 있다.)는 대표적인 한글 성(姓) 20개 및 한글 이름 음절 100개에 대하여 ‘해당 한글 성 또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1% 이상 또는 1만 명 이상이 해당 로마자 표기를 여권에 사용하는 경우’를 일응의 제한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바, 이에 해당할 경우 동일한 성이나 이름 음절에 대해 그 로마자 표기를 여권에 사용하는 사람이 상당한 숫자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발음 불일치를 사유로 하는 로마자성명 변경을 제한할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그 로마자 표기가 해당 한글성명의 음절 발음을 뜻하는 것으로 인지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 사건 고시에서는 [별표]의 표기 목록은 예시적인 성격으로, 어떤 성 또는 이름 음절이 정정 또는 변경 가능한지 여부는 사안별로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설정된 제한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고시의 제한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발음 불일치를 사유로 하는 로마자성명 변경의 허용 여부에 있어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할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여권의 발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인 해외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해외여행의 자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권리이자 이동의 자유로운 보장의 확보를 통하여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인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나(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자유가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닌 이상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은 앞서 살핀 공익상의 요청에 따라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및 이 사건 고시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발급하는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을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처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기존 여권과 동일한 로마자성명이 표기된 여권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하여 원고의 해외여행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각 호 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관장하는 국립국어원에서 ‘WEON’은 한글성명의 ‘원’의 발음과 명백히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하였고, 원고 성명의 ‘원’을 ‘WEON’으로 표기하는 것이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 본문에서 정한 ‘여권의 로마자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위 본문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 단서의 위임에 따른 이 사건 고시 [별표]에서 한글성명 ‘원’을 로마자 ‘WEON’으로 표기한 경우에는 로마자 성명 변경이 제한되는 경우로 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WEON’이 한글성명 ‘원’과 일치하지 않는 발음이라는 사유는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5호는 ‘여권의 로마자성명의 철자가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를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WEON’이 ‘원’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거나 표준발음이 아니고 사용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정은 제5호의 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가 종사할 업종이나 가족의 거주국가 등에 비추어 잦은 출국이 예상되거나 신용카드 등에 기재된 영문성명과 여권의 로마자 표기가 일치하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이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9호의 ‘인도적인 사유를 고려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