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 7. 21. 선고 2019헌바125 결정 [대외무역법 제33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1. 임○○(2019헌바125, 202) 2. 윤○○(2019헌바125, 202)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비전 담당변호사 김병철
- 당해사건
- 1. 대법원 2018두65217 과징금부과처분취소(2019헌바125) 2. 수원지방법원 2017노8787 대외무역법위반등(2019헌바202)
1. 대외무역법(2010. 4. 5. 법률 제10231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3항, 대외무역법 시행령(2014. 1. 28. 대통령령 제25118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1항 [별표 2] 3.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2. 대외무역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1항 중 수출 가운데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에 관한 부분, 대외무역법(2010. 4. 5. 법률 제10231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2항 전문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 임○○은 국내외에서 구입한 고추를 빻아 고춧가루 등을 제조ㆍ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청구인 윤○○은 고춧가루 등을 국내 제조업체로부터 구입하여 이를 해외로 직접 수출하거나 수출을 대행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가. 2019헌바125
(1) ○○세관장은 청구인들이 베트남, 대만,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 수출하는 중국산 고춧가루 등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였다는 이유로 대외무역법 제33조의2 제2항, 제33조 제4항 제1호에 근거하여, 2016. 2. 24. 청구인 임○○에게 과징금 10,234,930원을, 2017. 1. 9. 청구인 임○○에게 과징금 84,695,130원을, 청구인 윤○○에게 과징금 93,466,390원을 각 부과하였다.
(2) 청구인들은 2017. 2. 6. 위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3446)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8누38897)에서 전부 패소하였다.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2018. 12. 6. 상고하는 한편(대법원 2018두65217) 그 소송 계속 중 대외무역법 제33조, 제33조의2 제2항,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60조 제1항 [별표 2]가 수출물품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대법원 2019아536)을 하였으나, 2019. 3. 14. 상고가 모두 기각됨과 동시에 위 신청도 모두 각하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9. 4. 11. 위 조항들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9헌바202
(1) 청구인들은 공모하여 2013. 10. 4.경부터 2016. 5. 2.경까지 중국산 고춧가루를 베트남, 대만,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에 수출하면서 물품 등에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하고, 외국에서 생산된 물품 등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것처럼 가장하여 그 물품 등을 수출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 법원은 2017. 11. 15. 청구인 윤○○을 대외무역법위반죄 및 관세법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0만 원에, 청구인 임○○을 대외무역법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에 각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17고단990).
(2)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수원지방법원 2017노8787)하는 한편, 그 소송 계속 중 대외무역법 제33조, 제33조의2 제2항,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60조 제1항 [별표 2]가 수출물품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수원지방법원 2019초기838)을 하였으나, 2019. 5. 13. 항소가 모두 기각됨과 동시에 위 신청도 각하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9. 6. 14. 위 조항들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청구인들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전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으나,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5항에 대하여는 전혀 다투고 있지 않으므로 이들 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청구인들은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한 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에게 3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대외무역법 제33조의2 제2항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하는 대상으로 공고한 물품등(이하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이라 한다)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수입국에서만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도록 하는 반면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에는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각각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도록 하므로 평등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는 나라마다 서로 다른 원산지 표시제도를 가지고 있어 외국법에 의한 과징금 부과와 국내법에 의한 과징금 부과가 별도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 위 조항에서 기인하는 차별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잘못된 법률해석에 기인한 것이고, 그 외에 위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막연하게 주장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 위헌성을 다투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대외무역법 제33조의2 제2항도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나. 청구인들은 중국에서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였고, 각 당해 사건에서 제재의 대상이 된 위반행위는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1호가 금지하는 ‘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가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한 행위’와 같은 법 제38조의 ‘외국에서 생산된 물품등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것처럼 가장하여 그 물품등을 수출한 행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외무역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1항 중 수출 가운데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에 관한 부분, 대외무역법(2010. 4. 5. 법률 제10231호로 개정된 것) 제33조 제2항 전문, 제3항(이하 위 대외무역법 제33조 제1항 부분과 제2항 전문을 합하여 ‘표시의무조항’이라 하고, 제3항을 ‘위임조항’이라 한다), 대외무역법 시행령(2014. 1. 28. 대통령령 제25118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1항 [별표 2] 3.(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대외무역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된 것) 제33조(수출입 물품등의 원산지의 표시) 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공정한 거래 질서의 확립과 생산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하는 대상으로 공고한 물품등(이하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이라 한다)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려는 자는 그 물품등에 대하여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 대외무역법(2010. 4. 5. 법률 제10231호로 개정된 것) 제33조(수출입 물품등의 원산지의 표시) ②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침으로써 해당 물품등의 원산지 표시를 손상하거나 변형한 자(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에 대하여 제4항이 적용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그 단순 가공한 물품등에 당초의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다른 법령에서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친 수입 물품등에 대하여 다른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면 그 기준에 따른다. ③ 제1항 및 제2항 전단에 따른 원산지의 표시방법ㆍ확인, 그 밖에 표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외무역법 시행령(2014. 1. 28. 대통령령 제25118호로 개정된 것) 제60조(과징금을 부과할 위반행위의 종류와 과징금의 금액) ① 법 제33조의2 제2항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위반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에 따른 과징금의 금액은 별표 2와 같다. [별표 2] 위반행위의 종류와 과징금의 금액(제60조 제1항 관련)
[관련조항] 대외무역법(2010. 4. 5. 법률 제10231호로 개정된 것) 제33조(수출입 물품등의 원산지의 표시) ④ 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서 생략)
1.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원산지를 오인(誤認)하게 하는 표시를 하는 행위 제38조(외국산 물품등을 국산 물품등으로 가장하는 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원산지증명서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거짓된 내용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거나 물품등에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국에서 생산된 물품등(외국에서 생산되어 국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친 물품등을 포함한다. 이하 제53조의2 제4호에서도 같다)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것처럼 가장(假裝)하여 그 물품등을 수출하거나 외국에서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외무역법(2013. 7. 30. 법률 제11958호로 개정된 것) 제33조의2(원산지의 표시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 등) ②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또는 시ㆍ도 지사는 제33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제33조 제4항 제4호는 제외한다)을 위반한 자에게 3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53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1의2. 제33조 제4항 제1호 또는 제2호를 위반한 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
4. 제38조에 따른 외국산 물품등의 국산 물품등으로의 가장 금지 의무를 위반한 자
3. 청구인들 주장 요지
가. 수입물품의 원산지 가장의 경우 국가브랜드 손상과 더불어 우리나라 소비자의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반면 수출물품의 원산지 가장의 경우에는 국가브랜드 손상만 발생하므로, 법원처럼 표시의무조항의 원산지 표시의무가 수입물품뿐만 아니라 수출물품에도 있다고 해석하면 수입물품의 원산지 가장이 수출물품의 그것보다 법익 침해가 커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아가 표시의무조항을 수출물품의 경우에도 원산지 표시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면, 수입물품의 원산지 가장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위반으로만 처벌받음에 반하여 수출물품의 원산지 가장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제38조 위반의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되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뿐만 아니라 이에 기초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
나. 위임조항만으로는 원산지 표시의무의 존재 여부를 예상할 수 없음이 자명함에도 법원이 원산지 표시의무를 위임조항에 따라 도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헌법 제75조에 반한다. 청구인들은 대외무역법 제38조 위반으로만 처벌받아야 함에도 법원이 표시의무조항의 원산지 표시의무가 수입물품뿐만 아니라 수출물품에도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1호 위반과 제38조 위반의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되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뿐만 아니라 이에 기초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
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원산지 표시의무가 없는 수출물품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던 구법시절의 유물인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원처럼 수출물품에도 원산지 표시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기초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
4.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 소송사건의 당사자가 같은 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배척한 경우 법원의 제청에 갈음하여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 그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판의 전제가 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그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령에 불과한 시행령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헌재 2020. 12. 23. 2017헌바463등 참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위임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고,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19. 2. 28. 2018헌바8 참조). 청구인들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 그 단순 가공한 물품에 당초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면 안 된다며, 이 같은 원산지 표시의무를 위임조항에서 도출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그런데 위임조항은 표시의무조항을 전제로 원산지의 표시방법ㆍ확인, 그 밖에 표시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원산지 표시의무의 이행방법 등을 규율하고 있을 뿐이므로, 청구인들 주장처럼 위임조항 자체에서 원산지 표시의무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임조항이 위헌이 되더라도 청구인들은 표시의무조항에 따라 여전히 원산지 표시의무를 부담하는바, 위임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당해 사건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위임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6. 표시의무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들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는 그 단순 가공한 물품에 당초의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표시의무조항이, 법익 침해의 정도가 다른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를 동일하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다투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청구인들은 수입물품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위반으로만 처벌받음에 반하여 수출물품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과 제38조 위반의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되므로 표시의무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1호와 제38조는 행위주체, 보호법익, 규율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무역거래자 또는 물품등의 판매업자가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의 원산지를 우리나라인 것처럼 가장하여 수출한 경우에는 위 조항들이 함께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차별은 표시의무조항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경우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71조 제2항, 제43조 제4호에 따라 심판대상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해석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야 한다(헌재 2003. 12. 18. 2002헌바91등 참조). 그런데 청구인들은 표시의무조항이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막연하게 주장하고 있을 뿐이고, 그 주장을 청구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위 기본권과의 관련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의무조항의 구체적 위헌성을 다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도 따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평등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헌재 2021. 4. 29. 2018헌바516).
(2) 표시의무조항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로 하여금 그 단순 가공한 물품에 당초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단순한 가공활동’이란 판매목적의 물품포장 활동, 상품성 유지를 위한 단순한 작업 활동 등 물품의 본질적 특성을 부여하기에 부족한 가공활동을 말한다(대외무역법 시행령 제55조 제2항). 표시의무조항은 외국산 물품이 외국에서 국산 물품으로 둔갑하여 유통됨에 따른 국산 물품의 신용도 하락 등을 방지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한편,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그대로 수출하려는 자’도 그 물품에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대외무역법 제33조 제1항).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거나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그대로 혹은 단순 가공한 후 수출하면서 원산지 표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는 모두 부정거래를 통하여 정상거래에서보다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저급한 외국산이 국내산으로 거짓ㆍ오인 표시되어 수출입 되면 국내 산업에 손실을 초래하여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역 상대방에게도 피해를 발생시켜 대한민국의 대외이미지와 신인도를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 통상마찰 등 국제 상거래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뿐만 아니라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그대로 혹은 단순 가공한 후 수출하려는 자 모두에게 원산지 표시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처럼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그대로 수출하려는 자’,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는 모두 물품의 본질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취급하고, 원산지 표시의무를 위반하면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과 국내 생산자 보호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표시의무조항이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려는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러므로 표시의무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위임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고, 표시의무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위임조항에 대한 별개의견 및 표시의무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외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8. 재판관 이선애의 위임조항에 대한 별개의견 및 표시의무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위임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에 관하여 법정의견과 견해를 달리하여 부적법한 한정위헌청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법정의견과 달리 표시의무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또한 부적법한 한정위헌청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남긴다.
가.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 제청법원이나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특정한 해석이나 적용 부분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한정위헌청구 역시 원칙적으로 적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한정위헌청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당해 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ㆍ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거나 의미 있는 헌법문제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경우 등은 모두 현행의 규범통제제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헌재 2012. 12. 27. 2011헌바117 참조).
나. 청구인들은 각 당해 사건 법원이 표시의무조항 및 위임조항의 원산지 표시의무가 수입물품뿐만 아니라 수출물품에도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청구인들이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1호 위반과 제38조 위반의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된다고 하면서, 표시의무조항 및 위임조항을 수출물품의 경우에도 원산지 표시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한 평등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대외무역법 제33조 제1항은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려는 자는 그 물품등에 대하여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언상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뿐만 아니라 수출하려는 자도 원산지 표시의무를 부담함이 분명하다. 각 당해 사건 법원은, 원산지표시대상물품 자체가 대외무역관리규정 별표 8에 게기된 수입물품에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가공활동 이상의 가공활동을 거친 경우에는 대외무역법 제33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원산지 표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대외무역법 제3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수출은 수입된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그대로 혹은 단순한 가공활동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로 제한된다고 해석하였다. 그렇다면 각 당해 사건 법원이 표시의무조항 및 위임조항의 원산지 표시의무가 수입물품뿐만 아니라 수출물품에도 있다고 해석하였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표시의무조항 및 위임조항에 대한 각 당해 사건 법원의 법률해석과 이를 적용한 재판결과에 불복하는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표시의무조항과 위임조항을 수출물품의 경우에는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언제나 원산지 표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독자적 견해에 불과하다. 결국 청구인들은 대외무역법 제33조 제4항 제1호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처분과 형사처벌을 받은 것에 불만을 품고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ㆍ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거나 의미 있는 헌법문제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표시의무조항 및 위임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의미 있는 헌법문제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법원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한정위헌청구에 해당하여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재판장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