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9. 7. 선고 2021헌마937 결정 [업무개시 명령 결정 등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정○○
- 대리인
- 변호사 박재영
- 피청구인
- 보건복지부장관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3. 1.부터 2021. 3. 28.까지 서울에 있는 수련병원인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로 근무하였고, 현재는 ○○대학교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내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청구인은 2020. 7. 말경 보건복지부와 여당이 추진하기로 협의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정책에 대하여 2020. 7. 29. ○○병원 소속 전공의들과 함께 반대결의를 발표하고, 2020. 8. 7.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에 참가하며, 2020. 8. 14.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전국의사총파업’에 동참하는 등 위 보건의료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
나. 대한의사협회가 2020. 8. 24.경 위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하여 2020. 8. 26.부터 2020. 8. 28.까지 ‘전국의사총파업’을 재실시할 것을 결의하자, 피청구인은 2020. 8. 26.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모든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하는 이른바 포괄적 업무개시명령을 하였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같은 날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를 통하여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며,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시에는 형사벌, 행정처분 등 조치가 가능하다’(이하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이라 한다)고 발표하였고, 이어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휴진 전공의·전임의 명단을 토대로, 의료법 제59조 제2항을 근거로 위 명단에 있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2020. 8. 26.부터 재실시된 ‘전국의사총파업’에 동참하고, 2020. 8. 27.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라. 피청구인은 2020. 8. 28.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한 업무개시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여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하는 한편, ‘수련병원 30개소(비수도권 20개소, 수도권 10개소)에 대한 현장조사집중조사를 실시하여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 여부도 확인한다’고 발표하였다.
마.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과 의료법 제59조 제2항, 제3항으로 인하여 자신이 다른 의료인들과 결사하여 위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없게 되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21. 8. 7. 그 위헌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 제3항 전부에 대하여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위 각 조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만 다투므로, 심판대상을 이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피청구인이 2020. 8. 26. 발표한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②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 ③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59조(지도와 명령) ②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9조(지도와 명령) ③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관련조항]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59조(지도와 명령)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에 대한 청구
행정계획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할 것인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그 행정계획의 구체적인 성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국민적 구속력을 갖는 행정계획은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지만, 구속력을 갖지 않고 사실상의 준비행위나 사전안내 또는 행정기관 내부의 지침에 지나지 않는 행정계획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비구속적 행정계획안이나 행정지침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을 때에는, 공권력행위로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0. 6. 1. 99헌마538; 헌재 2011. 12. 29. 2009헌마330등 참조). 피청구인은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을 통하여 ‘진료 업무에 복귀하지 아니한 전공의·전임의에 대하여서는 향후 현장조사를 통하여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불이행 시에는 불이익을 받도록 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 청구인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과 별도로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전임의가 실제로 있는 반면, 청구인은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이 공권력 행사성을 가지는 이유에 관하여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은 피청구인이 2020. 8. 26. 발령한 진료명령(포괄적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해당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위 진료명령을 위반한 청구인도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적용대상에 해당하게 되어 형사처벌이나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청구인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근거한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앞서 발령된 포괄적 업무개시명령의 후속 절차에 따른 것이고, 형사처벌이나 제재적 행정처분 역시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일 뿐,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그 자체만으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의료법 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에 대한 청구
법령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은 집행기관에게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만 부여할 뿐, 법령 스스로가 기본권의 침해행위를 규정하고 행정청이 이에 따르도록 구속하는 것이 아니고, 이때의 기본권의 침해는 집행기관의 의사에 따른 집행행위, 즉 재량권의 행사에 의하여 비로소 이루어지고 현실화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헌재 1998. 4. 30. 97헌마141; 헌재 2009. 3. 26. 2007헌마988등 참조). 의료법 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은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청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의료법 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집행기관의 재량권 행사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 위 법령 자체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의료법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에 대한 청구
기본권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장차 언젠가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고 그러한 우려가 단순히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할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구비하였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89. 7. 21. 89헌마12; 헌재 2009. 11. 26. 2008헌마691 참조). 의료법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은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의료인을 의무의 주체로 전제하고 있다.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발표 당시 청구인은 전공의로서 진료 업무를 중단한 상태이기는 하였으나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적은 없으므로, 의료법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으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상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4호에 따라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